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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한정식 초대전 - 화순 천불천탑사진 문화관


전시회명 : <고요> 한정식 초대전

전시기간 : 2018. 4. 20(금) ~ 2018. 8. 26(일)

전시장소 : 화순군립 천불천탑 사진문화관 1, 2 전시실


<존재는 고요하다>


길은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향한다. 그처럼 사진의 큰 길 역시 사람들을 향해 열려 있다.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의 살 냄새를 전하고 숨소리를 들려줄 때, 사진은 사진다워진다. 현실 속에서 현실의 시간 한 도막을 잘라 저장하는 것, 사진은 시간 예술이다.


그러나, 마을을 벗어나 숲으로 난 오솔길도 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나무가 무성하고  풀 향기 싱그러운 오솔길. 호젓하고 고요하여 홀로 있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시간에 쫓기지 않는 여유, 홀로 있음의 자유가 거기에 있다. 현실에 묶이지 않는 사진, 시간에서 벗어난 사진, 빛의 사진이 여기에 근거한다.        


사진은 시간의 예술이지만 빛의 예술이기도 하다. 시간성 속에서 사진이 자기를 세우듯, 빛의 자율성 위에 사진은 그 몸을 드러낸다. 빛은 사물을 드러내기 위한 적정노출의 단순 수단일 수만은 없다. 빛이 빛으로 빛날 때 빛은 자율성을 획득한다. 빛은 대상을 표현하는 수단이요, 대상을 장엄하는 방법이요, 사진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오히려 빛을 위해 사진은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시간 안에서 모든 존재는 흐름을 탄다. 흐름은 서술이다. 문맥이 생기고 논리가 세워진다. 시간을 넘어서면 흐름이 끊어지고, 문맥도 논리도 사라진다. 삶 이전의 존재가 거기 모습을 드러낸다. 존재에는 삶도 없고 죽음도 없다. 저 숲을 바라보라. 꽃은 꽃으로 언제나 들에 가득하고 물은 물대로 어제, 오늘 변함없이 흐르지 않는가.


존재는 존재할 뿐 이유가 없다. 묵묵한 바위가 까닭이 있어 거기 그렇게 서 있는 것이 아니다. 존재는 아름답다. 아름다워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존재가 스스로 아름다울 뿐이다. 존재는 고요하다. 사방 한 뼘씩을 밝히고 선 호롱불처럼 호젓하다.

그리고 ‘고요’는 내 이름이다.


한정식






















































































































































































화순 천불천탑 사진문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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